평생을 이루고 싶었던 꿈을 불의의 사고로 한순간에 잃게 된다면 엄청난 상실감이 찾아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연극기획자 이동근은 삶의 마지막까지 상실감을 이겨내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요.
고인은 중학교 교내 연극제를 통해 연극에 매력에 빠지면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주말마다 경남 남해에서 서울까지 와서 연극을 보며 꿈을 키웠습니다.
고교 졸업 후 그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잠시 연극을 접고 돈을 벌어야 했죠.
그와중에도 1년에 200편 가까이 연극을 보고, 연극인들을 인터뷰하고 연극 잡지와 평론집을 탐독하며 꿈을 키운 끝에 마침내 공연기획자가 되었는데요.
이후 처음 기획한 연극 축제를 성공리에 마치며 승승장구 할 것 만 같았던 그의 인생은 생각지도 못한 사고로 인하여 한순간에 꺾이게 되었습니다.
2015년 1월 16일 사무실에서 불의의 화재사고가 발생하여 전신 50%에 3도 화상을 입게 된 것인데요.
당시 피부가 녹아 내려 얼굴과 몸이 망가지고, 성대가 달라붙어 목에 꽂은 튜브를 막지 않으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고를 당하고 8개월 간 병원에 입원하면서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31번의 수술을 견뎌야만 했죠. 그럼에도 그는 연극에 대한 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고인은 화재사고 보상으로 받은 보험금을 모두 투자하여 공연기획사 ‘아이디 서포터즈’를 차렸는데요.
아이디라는 사명은 ‘불가능한 꿈’(impossible dream)이란 영어 단어의 앞 글자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아이디 서포터즈’는 설립 이후 ‘대한민국 희곡작가전’ 등 10편이 넘는 연극과 축제를 기획한 데 이어 자전적 연극 ‘주먹쥐고 치삼’을 내놓았습니다.
이제는 그의 유작이 된 ‘주먹 쥐고 치삼’은 그가 화상 환자로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세상에 던지는 선언 같은 작품인데요.
전신화상을 입은 주인공 문치삼이 사망보험금으로 자신의 삶을 다룬 뮤지컬을 제작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죠.
꿈과 열정이 가득했던 청년 이동근은 결국 2017년 4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끝없이 꿈을 위해 노력했으나 하늘은 너무나도 빨리 그를 데려갔는데요.
그의 장례식장에는 수 많은 동료들과 연극인들이 참석하여 안타깝고 애석한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죠.
한평생 순수하게 꿈을 쫓았던 ‘연극 배우 이자 기획자 이동근’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