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녹화 전날 조모상을 당해도, 엄마가 암에 걸려도 계속 웃겨야 하는 것이 개그맨들의 숙명이다.”
웃음을 본업으로 삼은 개그맨들은 아무리 슬퍼도 대중 앞에서 차마 티를 낼 수 없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심지어 본인의 암 투병 사실을 숨겨가면서 까지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개그맨이 있습니다.
그는 웃찾사로 데뷔해 공개 코미디에서 16년 째 롱런중인 개그맨 양세찬인데요.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 어둠이라곤 없었을 것 같은 그에게 어떤 아픔이 숨겨져있던 것일까요?
어린시절 생판 모르는 남의 집에 얹혀 살아야했던 양세찬

양세찬의 아버지는 중국집 호프집과 같은 여러 가지 사업을 하셨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다 잘 안 됐습니다.
심지어 연이은 사업의 실패 이후 아버지는 친구의 보증도 잘못 서시는 바람에 집안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죠.
그러다가 양세찬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집에 불이 나며 집안은 완전히 풍비박산 나버립니다.
양세찬이 어린시절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그에게 달려오며 “야 너네 집 불났다”라고 말했다는데요.
그러나 게임을 하던 양세찬은 “야 뻥치지 마”라고 말하며 게임을 끝까지 다 하고 집에 갔는데 친구 말처럼 정말로 집이 활활 타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집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당시 불이 얼마나 컸는지 집 입구에 소방차가 8대나 올 정도로 엄청나게 큰 불이었고 그렇게 그들의 집은 모두 타버렸죠.

그리고 그때부터 양세찬의 부모님은 도배 일을 시작하십니다.
집에 불에 타버려 당시 지낼 곳이 없었던 양세찬 형제들은 일하시던 부모님과 떨어져 무려 6개월 동안이나 친적집을 전전하였고, 심지어 더 이상 지낼곳이 없자 아버지가 이전에 함께 일하셨던 동료분들의 집에까지 돌아다니며 얹혀 살게 되었습니다.
양세찬의 형제이자 친구이자 부모가 돼 준 그의 형, 양세형
그러나 어린 양세찬이 이런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한 살 차이가 나는 형 양세형의 존재였습니다.
이 둘은 남의 집에 얹혀 살았기에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배고프다고 말할 수 없었고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서로가 함께였기에 이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죠.


시간이 지나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화장실만한 작은 단칸방을 구할 수 있었지만 부모님은 아침 일찍 집을 나가서 저녁 늦게나 돌아오셨고, 가끔은 지방으로 출장을 가 길게는 10일 이상씩 집을 비우셨기에 어린 양세찬 형제들은 더욱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에 먹을 것이 떨어지면 어린 양세찬은 형이 손을 잡고 슈퍼에서 외상으로 산 라면을 끓여먹곤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떄의 경험으로 인해 이 둘은 지금까지도 서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남게 되었죠.
이렇게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던 어린 양세찬의 꿈은 원래 고깃집 사장이었습니다.
정말 마음대로 고기를 먹어보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요.
하지만 양세찬의 부모님은 그가 공부를 잘하는 것도 특별한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자신들 따라 도배일을 하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때부터 진지하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되죠.

그러던 와중 고3 졸업을 앞둔 어느날 그는 극단에서 개그맨으로 활동하던 형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엄청난 감동을 받게 되는데요.
무대 위에서 형이 수많은 관객들을 웃기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는 형처럼 개그맨이 되기로 결심했죠.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형은 동생의 개그맨 시작을 절대 반대했습니다.
형 양세형이 동생 양세찬에게 아는척 하지 말라며 매몰차게 대했던 이유
그의 형인 양세형은 2004년 sbs 개그맨 최연소 합격자였을 정도로 개그감이 매우 뛰어났고 심지어 정식 개그맨 데뷔 이전부터 극단 내에서도 많은 기대를 받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양세찬은 인기 개그맨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던 형의 반대가 너무나도 서운했지만 형이 이렇게 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죠.
무대 위에서의 짧은 웃음을 만들기 위해 무대 뒤에서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그의 형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개그맨이 되겠다는 동생의 고집을 꺾지 못한 양세형은 동생 개그맨 시작을 어쩔 수 없이 허락하게 됩니다.
그러나 형은 양세찬이 개그맨으로 활동을 하더라도 밑바닥부터 스스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앞으로는 절대로 나를 아는 척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까지 하면 더욱 혹독하게 대했죠.
그러나 당시 어린 양세찬은 이런 형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고 서운한 마음에 반드시 개그맨이 되어 형에게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작은 극단에서 하는 일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이 개그맨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양세찬.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력을 이어간 그는 정말로 20살이 되자마자 sbs 8기 공채 시험에 합격하게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어느 날 그의 인생을 바꾼 하나의 코너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sbs 웃찾사에서 선보인 웅이네(2007)였습니다.
웅이네의 인기가 절정에 올랐을 때 돌연 모든 활동을 중단한 양세찬
참고로 이 코너는 무려 21개월 동안 방영되며 웃찾사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코너로 기록되었고, 이때의 인기에 힘입어 이후 ‘웅이네’ 라는 그룹을 결성하며 가수로 데뷔하고 더 나아 sbs 코미디 최우수상까지 받게 됩니다.
그들의 인기는 계속해서 높아졌고 웃찾사의 간판 코너로 선정될 만큼 인기를 끌며 팀원들과 한 달에 행사를 50개나 다닐 정도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인기의 절정을 누리던 중 돌연 그대로 웅이네를 끝내기로 합니다.

박수를 받을 때 떠나고 싶다는 결심과 함께 내린 결정이었죠.
그리고 이후 양세찬은 방송계를 잠시 떠나 군 입대를 선택했고, 전역 후에는 형인 양세형과 함께 코미디 빅리그에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합니다.
이후에도 그는 남조선 인민통계연구소와 같은 생활 공감형 개그 코너로 개그 서바이벌 형식의 웃찾사에서 9연승을 할 정도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사건의 시작은 그가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게 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암에 관련된 가족력이 있어 양세찬은 검사를 자주 받아야 했는데 그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에 깜짝 놀란 형이 그를 억지로 병원에 끌고 가 정밀 검사를 받게 한 것이죠.
그런데 이후 프로그램 녹화 도중 양세찬은 병원으로부터 한 전화를 받게 됐는데 그 결과는 바로 갑상선암이었습니다.

하지만 양세찬은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후에도 몇몇의 지인들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으며 심지어 코미디 빅리그 제작진에게도 함구한 채 계속해서 무대에 올라 사람들을 웃겼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관객들이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동정하지 않기를 바랐으며 또한 개그맨에게 있어 암 환자라는 인식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이후 그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처음으로 무대에 섰을 때 실제로 객석에서는 그를 동정하는 눈빛을 보이기도 해 그는 다른 의미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는데요.
다행히도 그의 암은 조기에 발견되었고 게다가 갑상선 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율과 완치율이 높았기에 그는 수술 후에 무대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2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인생의 큰 위기를 겪은 양세찬.
이때를 기점으로 자신의 인생이 많이 달라졌다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암 판정 이후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승리나 성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죠. 그 이후에는 제 인생의 전부를 남을 웃기는 데 쓰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와 같은 다짐처럼 얼마 후 그는 무한도전을 넘어 전 세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런닝맨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런닝맨 상황은 정말 최악이었는데요.
시청률은 역대 최저인 2%를 기록하고 있었고 언론에서는 얼마 못가 프로그램이 아예 폐지될 것이라며 상황을 매우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걱정과는 반대로 양세찬이 합류한 직후 런닝맨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시청률 10%를 넘기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데요.
양세찬은 결국 런닝맨을 통해 sbs 버라이어티 최우수상까지 받게 되며 수상 소감을 통해 그간 힘들었던 지난날에 대해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런닝맨을 한 지 5년이 좀 넘었는제 말은 안 해도 속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멤버들이 끝까지 웃어주고 기죽지 말라며 응원을 해줘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수상소감을 말하는 양세찬을 본 런닝맨 멤버들 또한 많은 눈물을 흘렸죠.
그리고 이후에도 여러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한 양세찬은 2022 mbc 연예대상에서 우수상을 받기까지 합니다.
계속해서 본인의 전성기를 갱신하고 있는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대중에게 건강한 웃음을 주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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